티스토리 뷰
목차
카페에서 시나몬롤을 볼 때마다 '집에서도 만들 수 있을까?' 싶다가도, 반죽을 오래 치대야 한다는 생각에 손이 안 가는 분들 많으실 겁니다. 저도 딱 그랬습니다. 그런데 반죽을 아예 치대지 않고도 탄력 있는 빵을 만드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말 오전에 아이들과 함께 도전해봤는데, 생각보다 훨씬 잘 됐습니다.

치대지 않아도 되는 이유 — 폴딩의 원리
빵을 만들려면 반죽을 힘껏 치대야 한다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 고정관념 때문에 홈베이킹을 선뜻 시작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해보니 치대는 것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도 충분히 글루텐이 형성된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여기서 글루텐(Gluten)이란 밀가루 속 단백질이 수분과 결합해 만들어지는 탄성 있는 망 구조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빵이 쫄깃하고 모양을 유지할 수 있게 해주는 뼈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이 글루텐은 꼭 치대야만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시간 간격을 두고 반죽을 접어주는 폴딩(Folding) 방식으로도 형성됩니다. 폴딩이란 반죽을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늘려 접는 동작으로, 접을 때마다 글루텐 구조가 재배치되면서 점점 탄탄해집니다.
이번에 제가 직접 따라 해보면서 가장 놀랐던 순간이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첫 번째 폴딩을 마치고 나서 반죽을 손으로 눌러봤을 때, 분명히 처음보다 탄력이 생겨 있었습니다. 치댄 것도 아닌데 말이죠. 15분, 20분, 15분 총 세 번의 발효 사이사이에 폴딩을 반복하는 것만으로 충분했습니다.
반죽 재료는 따뜻하게 데운 우유와 계란,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 설탕, 소금, 녹인 버터, 중력분으로 구성됩니다. 이때 사용하는 이스트는 반드시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여야 합니다. 액티브 드라이 이스트는 물에 미리 활성화시키는 별도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 레시피에는 맞지 않습니다. 또 우유와 버터는 너무 뜨거우면 이스트가 사멸할 수 있어서 손으로 만졌을 때 '따뜻하다' 싶은 온도로 맞춰주는 게 중요합니다.
-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 사용 (액티브 드라이 이스트 대체 불가)
- 폴딩 3회: 15분 발효 → 1차 폴딩 → 20분 발효 → 2차 폴딩 → 15분 발효
- 우유·버터 온도: 손으로 만졌을 때 기분 좋게 따뜻한 수준 유지
- 밀가루 선택: 중력분 기본, 강력분도 가능 (식감 차이만 있음)
필링 완성도를 높이는 작은 차이
시나몬롤의 맛은 반죽만큼이나 필링(Filling)에서 결정됩니다. 필링이란 반죽 안에 채워 넣는 속재료를 뜻하는데, 여기서는 버터, 설탕, 시나몬 가루가 기본 구성입니다. 그런데 예전에 그냥 만들면 굽고 나서 설탕이 줄줄 흘러내려 모양이 망가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저도 처음엔 그랬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해주는 게 아몬드 파우더입니다. 필링에 아몬드 파우더를 약간 섞어주면 설탕이 오븐 열에 과하게 녹아 흐르는 걸 잡아주는 역할을 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확실히 구운 뒤 필링이 자리를 잘 지키고 있었습니다. 없어도 빵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비주얼까지 신경 쓴다면 넣어보시길 권합니다.
설탕 양은 취향에 따라 조절할 수 있습니다. 확실히 단 게 좋다면 80g, 좀 더 은은한 단맛을 원하면 50g이 적당합니다. 저는 아이들과 함께 먹을 것이어서 설탕을 조금 줄이고 시나몬 가루도 3g으로 낮춰 만들었는데, 아이들이 거부감 없이 잘 먹었습니다. 이게 바로 직접 만드는 홈베이킹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시판 제품은 재료 비율을 내 마음대로 바꿀 수 없지만, 집에서 만들면 설탕이든 버터든 양을 내가 정할 수 있습니다.
카다몬(Cardamom)이라는 향신료도 선택 항목으로 넣어볼 수 있습니다. 카다몬이란 북유럽 스타일 시나몬롤에 자주 쓰이는 향신료로, 시나몬과 조화를 이뤄 훨씬 깊고 이국적인 향을 냅니다.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나오는 핀란드식 시나몬롤에도 이 카다몬이 들어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갖고 계신 분이라면 꼭 한번 넣어보세요. 저는 이번에 없어서 못 넣었는데, 다음엔 꼭 구해서 써볼 생각입니다.
모양 잡기부터 굽기까지 — 실패 없이 완성하는 법
발효가 끝난 반죽을 작업대에 펼칠 때가 솔직히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습니다. 밀대로 얼마나 넓게 펴야 할지, 어느 정도 두께가 적당한지 처음엔 감이 없었거든요. 기준은 길이 약 45cm, 폭 약 18cm입니다. 이 사이즈로 맞추면 7~8개의 시나몬롤이 균일한 크기로 나옵니다.
반죽이 탄력이 강해서 잘 늘어나지 않을 때는 억지로 밀지 말고 2~3분 그대로 두는 게 좋습니다. 이걸 베이킹 용어로 벤치타임(Bench Time)이라고 합니다. 벤치타임이란 성형 과정 중 반죽을 잠깐 쉬게 해 글루텐의 긴장을 풀어주는 시간입니다. 이 짧은 휴식만으로 반죽이 훨씬 유연해져 밀기가 수월해집니다. 제 경험상 이 과정을 건너뛰면 반죽이 계속 줄어들면서 작업이 꽤 힘들어집니다.
반죽을 말 때는 헐렁하게 마는 것보다 살짝 타이트하게 마는 것이 구웠을 때 모양이 잘 유지됩니다. 이음매는 꼼꼼하게 꼬집어 닫아야 오븐에서 터지지 않습니다. 잘라낸 자투리 양 끝단도 이어 붙이면 하나를 더 만들 수 있어서 버릴 게 없습니다.
굽기 전에는 최종 발효(2차 발효)로 8~10분을 더 줍니다. 젖은 손으로 표면을 살짝 눌렀을 때 자국이 선명하게 남으면 발효가 완료된 신호입니다. 여기에 계란물을 얇게 발라주면 구움색이 훨씬 노릇하고 예쁘게 나옵니다. 계란물이란 달걀노른자 1개와 우유 1큰술을 섞은 것으로, 오븐 안에서 표면의 수분 증발 속도를 늦춰 빵이 더 잘 부풀 수 있도록 돕습니다(출처: ScienceDirect — Maillard Reaction). 우박설탕을 올리면 식감에도 오독오독한 재미가 생깁니다. 190도로 예열된 오븐에서 15~20분, 노릇한 색이 날 때까지 구워내면 완성입니다.
식빵이나 단팥빵과 달리 시나몬롤은 구운 뒤 '탕' 내리치는 충격 처리를 하지 않아도 수축하지 않습니다. 식힘망에 올려 12분 정도 식힌 뒤 온기가 남아있을 때 먹는 것이 가장 부드럽고 맛있습니다. 오븐에서 꺼내는 순간부터 집 안 가득 퍼지는 시나몬 향은, 솔직히 그 냄새만으로도 만들 보람이 있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제빵 연구에 따르면 시나몬의 주요 향기 성분인 시남알데하이드(Cinnamaldehyde)는 가열 시 휘발성이 높아져 구울수록 향이 더욱 강하게 퍼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출처: MDPI Foods — Cinnamon compounds review).
자주 묻는 질문
Q. 강력분이 없으면 중력분으로만 만들어도 되나요?
A. 됩니다. 오히려 시나몬롤에는 중력분을 기본으로 추천합니다. 단백질 함량이 낮아 글루텐이 덜 형성되는 만큼 식감이 더 부드럽고 결이 고와집니다. 강력분을 쓰면 좀 더 쫄깃한 식감이 나오는데, 취향에 따라 선택하거나 강력분과 박력분을 반반 섞어써도 좋습니다.
Q. 반죽이 너무 질어요, 어떻게 하나요?
A. 처음 반죽이 질어 보이는 건 정상입니다. 폴딩을 거치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탄력이 생깁니다. 그래도 너무 질다면 밀가루를 1~2큰술 더 추가해 농도를 맞춰주세요. 반대로 너무 되다면 우유를 조금씩 더 넣으면 됩니다.
Q. 계란물 대신 그냥 우유만 발라도 되나요?
A. 됩니다. 우유만 발라도 구움색이 나오고 빵이 잘 구워집니다. 다만 계란물을 발랐을 때보다 색이 덜 노릇하게 나올 수 있습니다. 재료 준비가 번거롭다면 우유로 대체해도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Q. 아이들 먹일 건데 설탕을 많이 줄여도 되나요?
A. 됩니다. 필링의 설탕은 50g까지 줄여도 맛이 충분히 납니다. 저도 이번에 아이들 몫은 설탕과 시나몬 가루를 둘 다 조금 줄여서 만들었는데 잘 먹었습니다. 직접 만들기 때문에 재료 양을 내 기준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이 홈베이킹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Q. 이스트가 없으면 베이킹파우더로 대체할 수 있나요?
A. 이 레시피에서는 대체가 어렵습니다. 이스트는 발효를 통해 반죽을 부풀리고 특유의 빵 향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베이킹파우더는 화학적 팽창제로 원리가 달라 이 레시피의 폴딩 발효 과정과 맞지 않습니다. 인스턴트 드라이 이스트는 대형 마트나 온라인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니 준비해두시면 좋습니다.
결론
무반죽 시나몬롤은 홈베이킹이 어렵다는 부담을 확실히 낮춰주는 레시피입니다. 치대지 않아도 폴딩만으로 글루텐이 형성되고, 필링에 아몬드 파우더 한 스푼만 더해도 완성도가 달라집니다. 처음 도전하는 분이라면 '이렇게 간단해도 되나?' 싶을 만큼 과정이 직관적입니다.
제가 가장 크게 느낀 건, 직접 만들기 때문에 설탕이든 시나몬이든 내 기준에 맞게 조절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시판 제품에선 불가능한 일입니다. 이번 주말, 오전 시간 두어 시간만 투자해서 한번 만들어보세요. 오븐에서 꺼내는 순간의 만족감은 생각보다 훨씬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