떡은 쫄깃해야 맛있다고 생각하셨나요? 저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쫄깃한 떡은 아이들에게 자칫 위험할 수 있어서, 집에서 직접 백설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만들어보니 생각보다 훨씬 쉬웠고, 무엇보다 재료를 직접 고를 수 있어서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아이 생일 케이크 대용으로도 딱이었습니다.

쌀가루 선택과 수분 조절, 백설기의 90%는 여기서 결정됩니다
백설기를 만들 때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것이 쌀의 종류입니다. 쌀은 크게 찹쌀과 멥쌀로 나뉘는데, 백설기는 반드시 멥쌀을 사용해야 합니다. 여기서 멥쌀이란 우리가 평소 밥을 지어먹는 일반 쌀로, 찹쌀에 비해 아밀로오스(amylose) 함량이 높아 찌고 나면 쫄깃하기보다 부드럽고 포슬포슬한 식감이 납니다. 아밀로오스란 전분을 구성하는 성분 중 하나로, 이 함량이 높을수록 떡이 덜 찐득거리고 가볍게 씹힙니다. 아이들 간식으로 백설기가 안전한 이유가 바로 이 식감에 있습니다.
쌀가루는 전통적으로는 멥쌀을 8시간 이상 충분히 불린 다음 물을 빼서 방앗간에서 빻는 방식으로 준비합니다. 그런데 요즘은 인터넷이나 마트에서 습식 쌀가루를 쉽게 구입할 수 있어서 많이들 그 방법을 쓰고 있습니다. 여기서 습식 쌀가루란 쌀을 물에 불려 빻은 뒤 건조 없이 그대로 판매하는 가루를 말하는데, 수분이 어느 정도 포함되어 있어 건식 쌀가루보다 백설기에 더 적합합니다.
제가 여러 번 만들어본 경험상 레시피에 적힌 물의 양을 그대로 따라 하면 실패하는 경우가 꽤 있었습니다. 계절이나 실내 습도, 구입한 쌀가루에 이미 포함된 수분량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수분 조절은 손으로 직접 확인하는 것이 가장 확실했습니다. 제가 쓰는 방법은 이렇습니다. 물을 준 가루를 손으로 꽉 쥐었을 때 잘 뭉쳐지고, 그 덩어리를 반으로 잘랐을 때 톡 하고 깔끔하게 갈라지면 딱 맞는 수분입니다. 몇 번만 해보시면 손 감각으로 바로 아실 수 있습니다.
채치기와 설탕 혼합, 폭신한 식감을 결정하는 과정
수분을 준 쌀가루는 반드시 체에 내려야 합니다. 체 치기(sifting)란 가루를 고운 망 체에 통과시켜 덩어리를 풀고 공기를 포함시키는 과정입니다. 쉽게 말해 밀가루로 케이크를 만들 때 체를 치는 것과 같은 원리인데, 이 과정을 생략하면 떡이 묵직하고 퍽퍽해집니다. 체를 칠 때는 누르듯이 하지 않고, 가루가 자연스럽게 내려오도록 가볍게 흔들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무리하게 눌러버리면 공기가 빠지고 미세한 가루 입자가 뭉개져서 오히려 역효과가 납니다.
설탕은 쌀가루 1킬로그램 기준 약 10% 정도를 사용합니다. 설탕을 넣으면 쌀가루가 빠르게 뭉치기 시작하므로, 넣는 즉시 빠르게 고르게 섞은 뒤 틀에 넣어주어야 합니다. 제가 직접 해봤는데, 설탕을 넣고 너무 오래 주물럭거리면 공기가 빠져서 찐 후 식감이 확연히 달라졌습니다. 설탕이 골고루 섞였다고 판단되면 바로 틀로 옮기는 것이 좋습니다.
틀에 가루를 넣을 때도 주의가 필요합니다. 뭉친 가루 덩어리를 그대로 넣지 말고, 조금씩 풀어주면서 고르게 펴야 찐 후 단면이 균일하고 예쁘게 나옵니다. 국립농업과학원에 따르면 쌀가루 입자 크기와 수분 분포가 떡의 조직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합니다(출처: 농촌진흥청).
찌기 전 칼집 내기,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꿀팁
찌고 나서 백설기를 자르려다 낭패를 본 적 있으신가요? 저는 처음 만들었을 때 다 쪄진 떡을 칼로 자르다가 모양이 다 뭉개져서 실망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 반드시 찌기 전에 칼집을 먼저 냅니다. 원하는 크기로 칼집만 내놓으면 쪄진 후에 살짝 손으로 떼어주는 것만으로 시중에서 파는 것처럼 깔끔한 사각형 모양이 완성됩니다.
찜기 바닥에 설탕을 뿌려두는 것도 제가 꼭 챙기는 방법입니다. 찌고 나서 떡이 바닥에 들러붙지 않고 깔끔하게 분리됩니다. 면포(찜보)도 유용한데, 저는 면포를 2장 겹쳐서 뚜껑을 감쌌더니 수증기가 맺혔다가 떡 위로 물방울이 떨어지는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었습니다. 뚜껑 물방울이 떨어지면 표면이 얼룩지고 식감도 축축해지므로, 이 방법은 정말 강력히 추천합니다.
찌는 시간은 약 20분 정도가 기준입니다. 단, 찜기를 사용하기 전 물이 충분히 끓고 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가열이 덜 된 상태에서 넣으면 수분이 고르게 올라오지 않아 떡이 제대로 익지 않습니다. 집에서 일반 찜솥을 사용하는 경우, 찜솥 내부에서 물이 사방으로 튀어 떡에 닿을 수 있으므로 면포 활용이 더욱 중요합니다.
집에서 백설기를 찔 때 체크해야 할 핵심 포인트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찌기 전 칼집을 원하는 크기로 미리 낸다
- 찜기 바닥에 설탕을 얇게 뿌려 들러붙음을 방지한다
- 면포를 2장 겹쳐 뚜껑에 감싸 물방울 낙하를 막는다
- 물이 충분히 끓는 상태에서 찜기를 올린다
- 20분 찌고 5분간 뜸 들인 후 바로 꺼내 통기가 되는 곳에서 식힌다
초코, 딸기, 하트까지, 백설기는 생각보다 훨씬 다양합니다
백설기라고 하면 흰 떡만 떠올리기 쉽지만, 실제로는 안에 넣는 재료나 색소 활용만으로 완전히 다른 떡이 됩니다. 딸기 백설기는 생딸기를 갈아 만든 딸기 착즙액(천연 색소)을 수분 대신 사용해서 예쁜 분홍빛을 냅니다. 착즙액이란 과일이나 채소를 압착해 얻은 즙으로, 인공 색소 없이 자연스러운 색감을 낼 수 있어 아이들 음식에 특히 유용합니다.
저희 아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건 초코 설기입니다. 쌀가루에 코코아파우더를 조금 섞고 안에 초콜릿을 넣으면 아이들이 정말 좋아합니다. 계란 알레르기가 있는 저희 아이 생일에는 시판 케이크 대신 초코 설기를 만들어 유치원에 보내고 있는데, 오히려 다른 아이들도 더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글루텐 프리(gluten-free) 식품이기도 해서, 밀가루에 민감한 아이들에게도 대안이 됩니다. 글루텐 프리란 밀, 보리, 호밀 등에 포함된 글루텐 단백질이 없는 식품을 의미하며, 쌀은 본래 글루텐을 포함하지 않습니다.
하트 모양 백설기는 찌기 전 하트 틀에 가루를 채워 찐 뒤 꺼내는 방식으로 만듭니다. 틀을 빼낼 때 사방으로 고정한 상태에서 천천히 들어 올려야 모양이 살아납니다.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 따르면, 백설기는 돌, 백일, 명절 등 의례 행사에 빠지지 않는 우리 전통 의례식품으로, 순백의 색이 청결과 정성을 상징한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전통음식연구소).
백설기를 처음 도전하시는 분이라면 기본 흰 백설기부터 시작해서 물 주기 감각을 익히신 후에 색깔 설기나 모양 틀에 도전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순서만 지키면 첫 시도에서도 충분히 성공할 수 있습니다.
집에 찜기 하나만 있다면 백설기는 충분히 도전할 만한 떡입니다. 저도 처음엔 어렵게 생각했는데, 수분 조절 감각만 손으로 익히고 나니 지금은 아이들 간식이 필요할 때마다 부담 없이 만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재료를 직접 고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아이가 좋아하는 맛으로 변형할 수 있다는 것이 시판 떡과 가장 다른 점입니다. 이번 명절이나 아이 간식이 필요한 날, 한 번 만들어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