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째 아이가 계란 알레르기가 심해서, 시판 빵을 사줄 수가 없었습니다. 빵집 앞을 지나칠 때마다 그냥 지나쳐야 했던 기억이 아직도 선명합니다. 그러다 직접 만들기 시작했는데, 탕종 기법을 쓰면 계란 없이도 촉촉함이 오래 가는 식빵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빵을 구워본 분이라면 공감할 텐데, 시판 빵처럼 결이 살아있고 부드러운 식빵을 만드는 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이 레시피는 그 고민을 꽤 많이 해결해 준 편입니다.

탕종과 글루텐, 맛있는 식빵의 과학
처음 탕종이라는 단어를 봤을 때는 솔직히 생소했습니다. 탕종(湯種)이란 밀가루와 물을 1대 5 비율로 섞어 가열한 뒤 호화시킨 반죽을 말합니다. 쉽게 말해, 밀가루 속 전분이 뜨거운 물을 만나 겔 상태로 변하는 것인데, 이 과정을 전분의 호화(Gelatinization)라고 합니다. 여기서 호화란 전분 입자가 물을 흡수하고 팽창하면서 점성이 생기는 현상으로, 빵 반죽 안에 수분을 더 오랫동안 가두는 역할을 합니다. 이 방식을 사용하면 빵이 구워진 뒤에도 수분이 빠져나가는 속도가 느려지기 때문에, 하루 이틀이 지나도 촉촉한 상태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원래는 중국 딤섬 제조에서 찰진 식감을 내기 위해 사용하던 기술이 제빵 쪽으로 응용된 것입니다.
탕종만큼 중요한 것이 글루텐(Gluten) 형성입니다. 글루텐이란 밀가루 속 단백질인 글루테닌과 글리아딘이 물과 결합해 만들어지는 탄성 있는 망상 구조를 말합니다. 반죽을 계속 치댈수록 이 망이 촘촘해지고, 그 안에 이스트가 만들어내는 이산화탄소 기포가 잡히면서 빵이 부풀어 오릅니다. 제가 직접 반죽해보니, 처음에는 거칠고 뭉치지 않던 반죽이 어느 순간 표면이 매끄럽고 반질반질하게 변하는 시점이 옵니다. 그때가 글루텐이 충분히 형성된 신호입니다. 반죽을 얇게 늘려봤을 때 찢어지지 않고 반투명하게 펴지면 글루텐 상태가 양호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 식빵에 들어가는 재료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강력분 390g, 설탕 33g, 버터 30g, 소금 5g, 이스트 5g
- 물 100g, 우유 125g, 계란 1개(특란)
- 탕종용: 강력분 20g, 물 100g
저는 아이 알레르기 때문에 계란을 빼고 만드는 편인데, 계란을 생략하면 반죽이 조금 더 건조해지는 경향이 있어서 우유를 약간 더 추가하는 식으로 조절합니다. 빵 반죽에서 계란은 유화제 역할과 수분 공급을 동시에 하기 때문에, 빼면 그 몫을 다른 재료로 보완해 주어야 합니다.
실제 제빵 분야에서도 수분 함량 조절이 식감에 미치는 영향은 공식적으로 연구된 바 있습니다. 한국식품과학회 자료에 따르면, 빵 반죽의 수화(hydration) 정도가 높을수록 글루텐 망 형성이 촉진되고 최종 제품의 부드러운 식감과 직결된다고 합니다(출처: 한국식품과학회).
발효와 굽기, 집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발효 단계는 솔직히 저도 처음에는 감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1차 발효는 원래 반죽 부피의 3배 정도가 될 때까지 진행하는 것이 기준입니다. 오븐의 발효 기능을 사용하거나, 전자레인지 안에 뜨거운 물 한 컵을 넣고 반죽을 함께 넣어두면 적절한 온도와 습도가 유지됩니다. 제가 직접 써봤는데, 전자레인지 방법이 생각보다 꽤 잘 됩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발효 볼을 너무 작은 것으로 쓰면 3배로 부푼 반죽이 볼 밖으로 넘칩니다. 저도 처음에 이 실수를 한 번 했습니다. 처음부터 넉넉한 볼을 사용하시는 것을 권합니다.
성형 방법에 대해서는 3겹 접기가 더 낫다는 시각도 있고, 고구마 성형이 결이 더 고르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제가 직접 둘 다 해봤는데, 초보일수록 3겹 접기가 훨씬 실수가 적었습니다. 사실 어떤 성형법을 쓰든 밀대로 가스를 충분히 빼주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가스를 제대로 빼지 않으면 빵 속에 큰 기공이 생겨 식감이 고르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분할과 성형 후에는 2차 발효를 진행합니다. 2차 발효는 성형된 반죽이 틀 안에서 다시 부피를 키우는 과정입니다. 과발효(Over-fermentation)가 되면 빵에서 알코올 냄새가 강하게 나고, 식감도 퍼석해지기 쉽습니다. 여기서 과발효란 이스트가 필요 이상으로 활동해 반죽 구조가 약해지고 이상한 냄새가 생기는 상태를 말합니다. 오란다 틀 기준으로는 틀 위로 손가락 두 마디 정도 올라왔을 때가 굽기 적합한 시점이고, 뚜껑 있는 풀먼 식빵 틀은 반죽이 틀 절반 높이를 조금 넘겼을 때가 적기입니다.
굽기는 170도로 예열한 오븐에서 20~25분이 기준인데, 이건 정말 가정용 오븐마다 차이가 큽니다. 처음에는 레시피 온도 그대로 믿다가 겉면이 타거나, 꺼냈더니 속이 덜 익었던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가정용 오븐은 실제 온도가 설정값보다 높게 올라가는 경우도 많고, 열원 위치에 따라 윗면이 먼저 익기도 합니다. 오븐용 온도계 하나 구비해두면 이 문제를 꽤 줄일 수 있습니다.
굽고 나서도 한 가지 팁이 있습니다. 오븐에서 꺼낸 직후 틀째 바닥에 한 번 탁 쳐서 쇼크를 주면, 내부에 찬 가스가 빠지면서 빵이 주저앉는 현상을 막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써보니, 뚜껑 없는 오란다 틀로 구운 빵은 꺼낸 직후 윗면에 우유를 살짝 발라두면 식어도 표면이 마르지 않아 훨씬 부드럽습니다. 식품 관련 연구에서도 빵의 노화(Staling)를 늦추기 위해 표면 수분 유지가 중요하다는 내용이 언급되어 있는데, 이 간단한 습관이 그 원리와 맞닿아 있습니다(출처: 농촌진흥청 농식품종합정보시스템).
아이 알레르기 때문에 처음 시작한 홈베이킹이었는데, 탕종 레시피를 알고 나서부터는 결과물이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결이 찢어지는 느낌, 촉촉함이 하루가 지나도 남아있는 그 식감은 분명히 다릅니다. 알레르기가 있는 가족이 있어서 빵을 못 먹이고 있다면, 생각보다 어렵지 않으니 한 번 도전해 보시길 권합니다. 처음엔 글루텐 상태 보는 법, 발효 부피 확인하는 법, 이 두 가지만 몸에 익혀도 절반은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습니다.